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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P의 (좀 크게 들린) 혼잣말 ✍️3

2024.09.16 일기 @jade.0k 감정이 휘몰아치기 시작하면, 다시 잠잠해질 때까지 얼마나 기다리고 멈춰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일상 속 갈등에서 내 뜻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을 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단전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분노와 설명하기 어려운 묵직한 감정이 속을 뒤집어 놓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내가 좀처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나 조건을 마주할 때면, 머릿속은 말 그대로 재앙 그 자체가 된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불길이 덮치는 것처럼,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사고회로가 활활 타오르며 실제로 머릿속이 빙빙 도는 느낌이 든다. 생각을 멈추고 싶어도 도무지 멈출 수가 없다. 분노가 강할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해진다. 머릿속은 고장난 시계 부품처럼 뒤엉켜 있고, 마음은 쉴 새 없이 말을 걸어온다. 환청처럼.. 2024. 9. 16.
2024.08.28 / 털실 @jade.0k ‘네가 웃으니 세상도 웃고 지구도 웃겠다’ 中 나태주 한참을 같은 자리에 앉아 뜨개질을 하다가 뻐근한 목을 치켜들고 기지개를 켠다. 양팔을 쭉 뻗어 몸을 늘리면서 문득, 발치에 놓인 바구니에 시선을 둔다. 꼭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누가 퍼놓은 듯. 색상별로 돌돌 감아 정리한 실 공이 한가득이다. 그 중 유독 한 부분에 잔뜩 얽혀있는 실뭉치를 발견했다. 언제부터 이랬을까, 한참 작업하던 것을 내려 놓고 엉킨 실을 집어 들고선 몽땅 잘라내 버릴까 고민한다. 날카로운 두개의 날붙이가 스치고 나면 빠르게 해결이야 되겠지만, 그럼 남은 실은 사용하기 어렵다. 실이 아깝기도 하고, 고작 실 한 뭉치 푸는 일 조차 노력없이 쉽고 편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스스로의 태도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제멋대로 꼬인 실은 마치 내.. 2024. 9. 10.
2024.08.08 / 망고 @jade.0k 저녁을 마친 지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개수대에 남은 그릇과 며칠째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깜빡이며 수명이 꺼져 가는 주방등 아래 앉아 망고를 자른다.높은 당도의 과육을 맛보기 위해 얇은 껍질을 벗기고, 씨를 도려내고, 또 섬세히 칼집 내어 써는 일련의 과정이 일상 속에서는 거추장스럽게 여겨질 때가 있다. 막상 잘 먹지 않을 것을 알면서 집 앞 마트에서 떨이로 할인 중이라는 스티커에 마음이 동해서 덜컥 한 박스를 집어온다. 어렸을 적엔 꽤 비싼 몸값 탓에 엄마의 장바구니에서는 보기 힘들었고, 이따금 우리 집 현관에 들어선 낯선 얼굴의 손에 들려있던 요란한 포장지에 쌓인 과일 바구니 속 두어 개쯤 든 것을 다 함께 쪼개 나눠 먹던 기억이 난다. 기후 변화인지, 운송 수단의 발달 덕인지 자세한 이유는 몰라도 어.. 2024.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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